2026-07-19 · 8분 소요
영어를 싫어하던 희원이가 다시 좋아하게 된 과정
작년 어느 시기, 희원이는 영어 그림책을 꺼내면 "나 그거 싫어"라며 자리를 피했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듣던 아이가 갑자기 거부감을 보이니 저도 당황스러웠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는 제가 발음을 자꾸 고쳐주고, 은근히 진도를 확인하려 했던 시기와 정확히 겹칩니다.
거부감의 원인을 먼저 살펴보기
아이가 영어를 거부할 때는 대부분 "영어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영어와 연결된 경험이 부정적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희 경우엔 제가 무심코 "이거 뭐라고 읽지?"라며 테스트하듯 물었던 것이 희원이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이 시도한 방법들
잠시 완전히 멈추기
가장 먼저 한 일은 2주 정도 영어 관련 활동을 아예 멈춘 것이었습니다. 억지로 이어가려 하지 않고, 완전히 손을 뗐습니다. 이 시간 동안 저도 왜 거부감이 생겼는지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학습이 아닌 놀이로 재진입
다시 시작할 때는 그림책이나 학습 도구 대신, 좋아하는 인형으로 영어 역할극을 시작했습니다. "책"이라는 형태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매체로 접근한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선택권을 주기
"이 책 읽을까, 저 책 읽을까?"처럼 항상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를 주고 희원이가 직접 고르게 했습니다. 스스로 선택했다는 감각이 생기자, 저항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성과에 대한 언급을 줄이기
"오늘 이만큼 늘었네"처럼 성과를 언급하는 말을 의식적으로 줄였습니다. 대신 "이 이야기 진짜 재밌다"처럼 내용 자체에 대한 반응만 보였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 즉시 방어적으로 변한다는 걸 이때 배웠습니다.
다시 좋아하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
완전히 거부감이 사라지기까지는 대략 두 달 정도 걸렸습니다. 처음엔 하루 5분도 버거워했지만, 부담을 낮추고 놀이로 접근한 지 한 달쯤부터 스스로 그림책을 꺼내오는 날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
이 경험을 통해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아이의 거부감은 대부분 "부모의 기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성과를 확인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자, 희원이도 부담 없이 다시 영어와 가까워졌습니다.
완전히 멈췄던 2주 동안 제가 한 생각
솔직히 그 2주는 저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대로 영영 흥미를 잃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계속 올라왔거든요.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억지로 뭔가를 시도하지 않고, 그냥 희원이가 평소에 좋아하던 놀이(블록, 소꿉놀이)를 함께하며 관계 자체를 편안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2주는 "영어를 쉬는 시간"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 사이의 긴장을 푸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희주에게는 미리 적용해본 것들
희원이의 거부감을 겪고 난 후, 저는 희주에게는 비슷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게 됐습니다. 특히 "테스트하듯 묻는 말"을 의식적으로 줄이고, 그림책을 읽을 때도 정답을 확인하는 질문보다 "다음에 어떻게 될 것 같아?"처럼 열린 질문을 주로 사용합니다. 아직 희주에게는 뚜렷한 거부감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 예방적인 접근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부감이 다시 찾아올까 걱정될 때
거부감을 극복한 이후에도, 저는 한동안 "또 이러면 어떡하지"라는 불안 때문에 오히려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완벽하게 관리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을수록 오히려 아이가 더 편안해한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거부감은 한 번 극복했다고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여유를 잃을 때마다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신호라는 것을 지금도 기억하려 합니다.
이 경험이 희주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줬어요
희원이의 거부감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을 지나면서, 저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예전엔 결과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는데, 지금은 아이의 표정과 반응을 먼저 살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 변화는 영어 루틴뿐 아니라 희주와의 다른 일상 대화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결국 이 경험은 영어 노출법 하나를 배운 것이 아니라, 아이를 대하는 제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지금 아이가 영어를 거부하고 있다면, 조급하게 다시 끌고 가려 하지 말고 잠시 멈춰서 그 거부감이 어디서 왔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저희 집처럼,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다시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