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는 일상

2026-08-04 · 7분 소요

그림책 대신 만화책만 보려는 아이, 어떻게 할까

얼마 전부터 희주가 제가 골라주는 그림책을 자꾸 밀어두고, 오빠뻘 되는 사촌에게 물려받은 영어 만화책만 찾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이건 너무 유치하고 그림도 별로인데"라는 생각에 살짝 걱정이 됐습니다. 그림책이 언어 노출에 더 좋다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그림책 대신 만화책을 쌓아놓고 시무룩한 표정

왜 만화책에 더 끌렸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만화책은 말풍선 안에 짧고 리듬감 있는 대화가 많고, 그림 자체가 훨씬 역동적입니다. 희주처럼 활발하고 시각적 자극을 좋아하는 성향의 아이에게는, 잔잔한 그림책보다 만화책의 속도감이 훨씬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억지로 말리지 않기로 한 이유

처음엔 그림책으로 다시 유도하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희주는 오히려 책 자체에 흥미를 잃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이 책은 안 돼"가 아니라, "지금 좋아하는 것부터 충분히 즐기게 하자"로요. 매체의 형태보다, 책과 가까워지는 경험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바꾼 것입니다.

흥미를 인정한 뒤 생긴 변화

흥미를 인정하고 나니 신기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만화책을 실컷 보던 희주가, 어느 날은 스스로 그림책을 다시 집어와서 "이것도 재밌어 보여"라며 펼쳐보기 시작했습니다.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기다려주니, 오히려 스스로 다양한 형태의 책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흥미를 인정하고 책과 다시 즐겁게 연결된 모습

지금 저희 집이 하는 방식

지금은 그림책과 만화책을 굳이 구분해서 강요하지 않습니다. 책장에 둘 다 섞어두고, 희주가 그날 손이 가는 걸 고르게 둡니다. 대신 가끔 제가 먼저 그림책을 펼쳐서 읽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도하는 정도로만 개입합니다.

형식보다 흥미가 먼저라는 걸 다시 배웠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어떤 형태의 책이든 아이가 스스로 손을 뻗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배웠습니다. 그림책이 만화책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희주의 독서 폭이 넓어졌습니다.

만화책도 어휘가 꽤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막상 만화책을 같이 읽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휘가 다양하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말풍선 안에 감정 표현이나 상황 묘사가 짧고 강렬하게 담겨 있어서, 오히려 실생활에서 쓰기 좋은 표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건 유치하다"는 제 선입견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희원이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희원이는 반대로 그림책만 고집하고 새로운 형식은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 아이가 정반대의 취향을 보이는 걸 보면서, 결국 아이마다 편안하게 느끼는 형식이 다르다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하나의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각자의 문 앞에서 기다려주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형태를 존중해주는 것이, 결국 더 다양한 책과 가까워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촌에게 물려받은 책이라 더 특별했나 봐요

지금 생각해보면, 희주가 그 만화책에 유독 애착을 가졌던 이유 중 하나는 사촌 언니에게 물려받은 책이라는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언니 오빠가 읽던 책"이라는 사실 자체가 특별하게 느껴졌던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새 책을 사주는 것보다, 주변에서 물려받거나 나눠 읽는 책의 힘도 새롭게 느끼고 있습니다. 책의 형태나 새것 여부보다, 그 책에 담긴 이야기와 인연이 아이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걸 다시 배운 셈입니다. 앞으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먼저 살펴보려 합니다. 그 안에서 아이만의 독서 취향이 자라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엄마표 영어의 즐거운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오늘도 희주가 어떤 책을 골라올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장을 바라보며, 그 선택 하나하나가 결국 아이만의 독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 이야기를 응원하는 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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